우울한 세밑이다. 민생에는 차디찬 한파가 몰아치고 거리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1%대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이 말해주듯, 비상계엄 여파로 우리 경제의 안정성과 잠재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는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빈사 상태에 빠졌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88.4p)는 비상계엄 전인 지난달 대비 12.3포인트나 급락했고, 이는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落幅)이다.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경기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연말연시, 대목을 기대했던 상점가는 느닷없는 계엄 한파에 날벼락을 맞았다. 소상공인연합회가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이후 응답자의 88.4%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연말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비율도 90.1%에 달했다. 말 그대로 쇼크 수준이다.
바야흐로 ‘비상한 시국’을 맞아, 더 이상 우리 경제가 정치적 혼란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지역에 온기가 돌고 서민과 소상공인의 숨통을 트이게 할 긴급한 처방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무정부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정국 혼란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 의원은 코로나19 당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것처럼,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소비촉진지원금(가칭) 지급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효과는 이미 경험을 통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던가.
지난 10월, KAIST 연구팀에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소상공인 매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자료가 언론 등에 공개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소상공인 매출의 총(總) 증가분이 재난지원금으로 지급된 예산보다 9%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연구원에서는 정부가 13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 0.2~0.4% 수준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와 함께,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소득 하위계층의 소비 심리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민생경제를 위한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절망적인 경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서, 지금이 소비촉진지원금 지급의 적기라고 판단한다. 이미 광명시, 정읍시, 남원시 등 많은 지자체가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해 자체 재원으로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거나 검토 중에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세금만 축내는 현금 살포 행위라 비판한다. 하지만 곳간에 쌓아 둔 시민의 소중한 혈세를 지역의 민생회복을 위해 쓰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지출을 줄여 시민에게 세금을 돌려주고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자는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 효과를 입증한 정책을 빚잔치,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것은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다만, 소비촉진지원금의 수혜 대상이 주민 전체에 해당하는 만큼,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과 내년도 본예산 심의를 통해 추가 확보한 예비비, 원포인트 추경 등 다양한 방안을 열어 두고 재원 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낭비적 재정 지출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총사업비 50억 원의 ‘한탄강 세계 드론 제전’처럼, 막대한 예산에도 사업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일회성 축제는 과감히 취소하고, 사업비는 민생 회복을 위한 예산으로 전환하는 게 마땅하다. 일례로 남원시의 경우, 의회에서 내년도 ‘드론 제전’과 ‘다목적드론활용센터 건립’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시민 1인당 30만 원의 민생안정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우리 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다.
단언컨대, 소비촉진지원금은 꺼져가는 민생경제를 살리는 가장 분명한 처방이다.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인 만큼, 집행부는 본 의원이 제안한 지원금 지급에 대해 전향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아울러, 중앙정부는 언제까지 소상공인과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을 것인가. 열악한 여건에도 내수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분투(奮鬪)에 정부는 적극 화답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