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당신들이 있기에 행복합니다”

  • 등록 2017.10.29 21: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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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황규진 기자] 경기 포천시민축구단(구단주 김종천)이 제98회 전국체육대회(충북) 남자 일반부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경기도는 지난 2012년 용인시청(해체)이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이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5년 만에 거둔 값진 메달이다. 경기도는 16년 연속 종합우승의 금자탑도 쌓아 올렸다.

 

K3리그 최강인 포천시민축구단은 전국체전과 인연이 없었다. 지난해 경기도 대표로 첫 출전했지만,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08년 창단했지만, 8년 만에 전국체전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2년 연속 경기도 대표로 출전해 내셔널리그 강팀들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경기도내 K3리그 11개 팀 가운데 최초의 동메달이다.

 

경기도 대표로 전국체전에 출전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지금까지 경기도 대표는 내셔널리그 팀들이 주를 이뤘다. K3리그 팀은 지난 2010년 양주시민축구단이 출전했지만 대전한국수력원자력에 1-4로 패했고, 지난 2015년에는 화성FC가 울산미포조선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저는 사실 포천시민축구단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었습니다. 기자로서 당연히 취재활동의 대상이었지만, 취재과정에서 구단의 어려움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취재를 떠나 무엇인가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국가대표 출신인 심영성(서울이랜드)을 비롯해 안성남(경남FC), 김준태(서울이랜드), 강준우, 김원민(이상 FC안양) 등이 포천시민축구단에서 명성을 떨친 뒤 현재 프로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포천의 자랑입니다.

 

그러나 포천시민축구단은 유명 선수들을 보유했지만, 이들을 널리 알리는데 한계가 있어 프런트의 인력은 부족했고, 홍보할 수 있는 사진조차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성적으로 보면 최강이지만, 운영 규모는 최악이다.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 대견할 정도 였습니다.

 

저는 통큰 마음을 먹고 고가의 대포렌즈(망원렌즈)를 구입해 홈과 원정을 찾아다니며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소중히 담아 구단에 무상으로 제공하며, 또 선수들은 자신이 나온 사진을 스크랩하며 포천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했습니다.

 

가끔 경기장에서 선수들은 기자에게 다가와 기자님, 사진 정말 잘 나왔어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할 때면 가슴이 뭉클해하며, 구단과 선수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려고 했는데, 이제는 박준혁 골키퍼 등 유명 선수들과 친분을 쌓는 돈독한 관계로 이어졌다.

 

사실 전국체전 대진표를 접하면서 입상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내심 발걸음은 어느새 충주로 향했다. 첫 경기의 상대는 전년도 챔피언인 천안시청(내셔널리그)이었다. 기대보다는 선수들의 부상이 걱정됐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하면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포천은 우승후보였던 천안시청에 1-0으로 승리했다. 기자는 기뻐할 수 없었다. 경기 후 주전이었던 박정수와 조태우, 정우인 등이 부상을 당했다. 구단으로서는 너무도 큰 손실이었다.

 

강릉시청(내셔널리그)과의 8강전에서는 박정수와 조태우가 빠지고, 정우인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선수 구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뒀다. 동메달을 확보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기뻐했지만, 구단과 감독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했다. 결승 길목에서 만난 전주시민축구단은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경주한수원(내셔널리그)를 꺾고 준결승에 올라왔다. 역대 전적에서는 포천이 앞서 있지만, 부상자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부상자의 공백은 너무도 컸다. 선제골을 넣었지만, 곧바로 실점하면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전주의 사기를 꺾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들은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경기를 지켜 본 기자는 가슴이 뭉클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 값진 메달을 획득하고도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났다. 박수를 받아도 부족한데 무엇을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이는지 모르겠다.

 

최근 국가대표팀의 부진으로 히딩크 논란이 이슈로 등장했다. 이와 관련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은 한국 축구는 히딩크가 와도 안 된다. 2002년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표팀은 누구 한사람의 몫이 아니다. 모두가 원 팀이 되었을 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포천시민축구단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포천은 9년의 짧은 역사속에 K3리그 정규리그 우승 5회와 준우승 1회의 성과를 달성했다. 9년의 K3리그 역사에서 6년 동안 왕좌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여기에 덧붙여 FA컵에서 16강에 진출했고, K3리그 최초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의 기쁨도 누렸다. 그리고 국내 최대 스포츠제전인 전국체전에서 동메달도 획득했다. 이 정도면 구단의 입장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다 이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구단을 지켜보는 축구팬들의 눈높이는 2002년 월드컵 만큼 높은 것 같다. 동메달 획득의 고마움보다는 왜 졌어~’라는 의구심을 갖는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 본 기자는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뛴 선수는 전국체전이 끝난 뒤 병원을 찾아 수술을 했다. 선수들이 투혼을 펼칠 때 우리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과 어려운 환경속에서 묵묵히 포천의 이미지 개선과 홍보를 위해 발로 뛰고 있는 포천의 전사들을 위해 이제는 우리가 고개 숙여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11월이면 챔피언결정전이 열린다. 챔피언결정전이 끝나면 올 시즌은 마무리된다. 6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기 위해서는 포천시와 포천시의회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포천시민을 비롯한 축구팬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챔피언결정전이 열리는 1125일 우리는 포천종합운동장에서 한 목소리를 낼 때 포천은 원 팀이 될 수 있다.

 

 

황규진 기자 guj114@navw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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